9/19/2011

영화 모비딕..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건가..?

'정부를 움직이는 세력이 정말 있습니까?!'

결정적 단서라고 생각되는 전화번호에서 연결된 누군가에게 
영화의 주인공인 기자 역할의 황정민이 소리치며 묻는다..

.. 으이구.. 뭐 이런 대사가 다 있담.. 

피시식.... 


나름의 긴장을 조성해 가던 영화의 흐름이 완죤 김이 빠져 버린다.
스릴러를 표방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풀어 헤쳐 나가야 할 소위 '정부 위의 정부'의 실체..




시험을 보고 있는 수험생이 머리에 쥐나게 문제를 풀어도 시원찮을 판에, 
감독관에게 답을 내 놓으라고 소리치는 격이다.. ㅋ

정부 위에 정부를 구가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과 금력 그리고 강력한 네트웍..  
이들 조직의 최상층부를 구성하는 멤버들의 모임에서 그려지는 그 왁자지껄한 경박함은 
음모와 살기, 자기들 나름대로의 극우적 비전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초법적, 극소수 권력층이 가지는 거대한 음모의 음습함과 용의주도함 
그리고 검은 카리스마 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머리가 쭈삣서는 오싹함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예상과 달리 그저 촐랑거리는 하이퍼(과대행동장애)들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 
그 정부 위 정부 조직 인사들의 의사 결정 진행 과정을 잠시 보며 실소를 금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이경영이 연기하는 소위 이 집단의 실행 본부장의 모습 역시 제대로 된 악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았고,
수족 노릇을 하는 실행 조직을 묘사하는 많은 scene 에서도 
그저 소도시 조폭이나 양아치 집단, 그 이상의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능하고 부패한 공안 조직이라 해도, 두서넛의 열혈 정의파가 존재할 만 도 한데,
검찰과 경찰은 완전 하수인 혹은 허당으로 그려진다.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의 전기 밥통 쿠쿠의 밥되는 소리처럼 
이렇게 김 빠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칙~ 칙~~거리긴 했으나
적어도 한국에선 별로 시도 되지 않았다는 주제가 가진 참신함 과 함께
김상호, 김민희 그리고 진구등 명품 조연들의 연기가 훌륭하여  끝까지 졸지 않고 볼 수 있었는데..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Pelican Brief' 나 'The Lost  Symbol' 등을 읽으며 느꼈던 것과 같은 
긴장감의 강도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여지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에혀.. 
스릴러의 분위기에 코믹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건 이제 좀 그만 하면 안되나..?

황정민은 단서가 담긴 파일들에 걸린 패스워드를 풀기 위해 
공대를 졸업한 김민희를 환대하는데.. 정작 공대 출신이라는 김민희는 
패스워드가 조합될 수 있는 모든 alpha-numeric 단어들을 밤을 새가며 시도한다.
그건 공대가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그저 시도해 볼 수 있는 가장 무식한 방법일 뿐인데..

윤전기를 일개 평기자가 마구 멈추게 하는 것도 신문사 데스크를 졸로 보는 것 같고.. 

이러한 류의 우스꽝스러운 설정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문이 있기만 했었다면
매끄럽게 다른 설정으로 소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모비딕..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실소를 하면서도 다시 스토리와 장면들에 빠져 들어가면서 
적당히 진지해 지고, 웃기도 하고.. 김은 빠지지만 그래도 좀 긴장하기도 하고..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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