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2012

酒權 독립 만세~~ ㅎ, 한남동 Seoul Feb 28 2012


삭풍이 몰아치던 2월의 경성..

이미 자정을 훨씬 넘겼지만 독립을 생각하는 진정한 어깨와 주먹들의 피끓은 충정은
오늘도 종로의 우미관에서 시작되어 남산골을 거쳐 이곳 새마을 식당까지 이어지고 있었으니..



김두한과 쌍칼, 시라소니의 어깨와 팔뚝, 그리고 정강이를 가진 이 세 사나이들은
그저 말없이 무겁지만 결의에 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太兄, 따거 김두한 - 종진은 불현듯 생각난 듯 탄력있는 허리를 눈깜짝 할 사이에 돌려서며
그 걸걸하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나직이 읖조린다.

.. 어이 친구, 어서 이리 오게나. 이제 다 왔다네.. 어험 !

그의 부드럽지만 근엄하고도 단호한 목소리에
난 나도 모르게 촐랑거리며 그의 등짝 뒤로 바짝 다가서고..



독립 운동을 몸으로 진두지휘하는 이 대담무쌍한 협객들이 찾는 주막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검은 옻칠을 한 나무 계단을 한 걸음 한걸음 옮길 때 마다 목조 건물 전체가 전율하고..
그 삐그덕 거리는 계단의 신음 소리는 이제 남에 나라의 손아귀에서 신음하는
우리 조선의 현실을 너무나 잘 대변하는 것이었으니..


늦은 시각의 주막엔 제 나라 조선의 현실과 앞날을 걱정하는
뜻있는 이들의 울분어린 속삭임으로 무거운 열기가 흐르고 있었다.

다소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한 시라소니-영준은 독립 선언서 같아 보이는 두터운 문건을 뒤적이다가
긴장 어린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한 쥔장에게 뭔가 눈짓을 하는 듯 했고

시간이 꽤 흐른 후..
그 쥔장은 뭔가를 검푸른 보자기에 싸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조심스레 가져 왔는데..


아앗!!

난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참이슬 클래식..

우리 시대의 진짜 참이슬..

목으로 넘길 때면 크~ 아악~~ 하는 소리가 절로 나던 그 독한 참이슬..
오랫만에 대할 때면 어찌나 독한지 콜록 콜록 기침까지 해대면서
명월관 기생들의 까르르~~ 짖궂은 웃음까지 자아내게 하곤 했던 그 참이슬..
이 얼마나 오랫만에 보는 우리 조선 민초들의 난장의 술이던가!!

그제서야 난..
이 한 많고 눈 핑핑 돌아가는 감성-디지털 시대, 그저 떡 벌어진 어깨 하나로 버티며
이제나 저제나 우리의 酒權 독립을 위해 아침 이슬, 밤 이슬.. 혹은 참이슬 마다 않으며
고독하고도 살풍경한 경성의 골목 골목을 누벼오는 우리 동지들의
진정한 大義와 크나큰 明分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연히 알게되는데..


바로 진실의 순간.. 그것이었다... !

무릇 진실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은 것.
불편한 진실.. 불안한 진실.. 웬지 개운하지 못한 진실.. 주제넘은 진실..
구뤠?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개콘용 진실.. 그저 믿어주세요 만 외치는 진실..

하지만 난 오늘 밤, 우리 동지들의 커다란 어깨들에 둘러 쌓여
실로 담대한 진실, 우아한 진실, 그리고 더 나가갈 수 없는 궁극의 진실에 맞닥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

해서..

19도, 18도의 소주 도수.. 더 이상 오를 수 없이 턱없이 내려가기만 하는 울분의 도수로
한때 대륙의 빼갈과 겨뤄도 일진일퇴의 승패를 가르기 힘든 공방을 계속했던 우리의 소주가
이젠 고작 18도의 사케를 상대로 가위바위보 나 페미니스트적 홀짝이나 하고 있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작금의 우울한 시대상을 훌훌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저 매끈하면서도 통통한 외모의 빈티지 소주, 전설의 25도 클래식 소주는
우리의 가운데에 신주 단지 모시듯 정중히 모셔졌다..

사실 난 바로 이 순간,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이렇게 소리 치고 싶었다.

酒權 독립 만세! 대한 주권 독립 만쉐이~~ !!!

그러며, 밤새 등사기로 인쇄한 주권 독립 선언문의 삐라라도 거칠게 뿌리고 싶었던 것인데..

하지만 이 쪼잖하고 좁기만 한 내 어깨는 동지들의 호방한 껄껄거림 속에 조신히 끼어 앉아
구랖하의 독주 브랜디나 마시 듯 이 멋진 진짜 참이슬을 두세 방울을 혓속에 말아 굴리며
그 독함과 향미를 음미할 따름이었다.. 휴..



제대로 빚어진(적당한 도수로 화학적으로 조제된) 우리의 소주와 어울리는 질박한 우리 안주들..

마늘 편자, 상추 갖은 양념 절임, 참기름 바다에 가라앉은 소금, 깻잎 회, 발가벗긴 파 썰이 등은
우리시대 조선의 주권 독립의 선봉에 선 이들 밤의 황제들의 투지를 더욱 더 살려 주는 것들이었다.



쌍칼 - 재영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울음인지 웃음인지 알기 힘든 고 난이도의 표정을 짓고,
관순 - 연희는 우리시대 소주의 소주잔을 두한 - 종진에게서 받기 전
독립 운동의 나날속에 지나 온 암흑과 고통의 시절이 잠시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
목마른 애환과 감회에 젖는다.. 두둥...



하지만 이내 그녀의 발랄함이 되살아나며 두한 - 종진에게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다.

.. 두한 오라버니, 잔은 꽉차야 제격이야요~

이에 두한 - 종진,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어대며 댓귀를 한다.

.. 그래, 막내야, 우리의 소주잔은 꽉 차야 제격이지.. 으하하.. 껄껄..




바로 이때,
지글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고소한 내음을 온 주막안에 진동시키며 등장하는
열기 등등한 불판과 그 석쇠 위 음식이 있었으니..

주권 독립 만세의 분위기가 더욱 더 힘차게 살아나며
우리 동지들은 새마을 노래에 맞춰 행진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고무적 분위기에 빠진다.

..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하나-둘 하나-둘..

현해탄을 건너 동경 유학길을 떠나는 사각모 이수일을 방금 떠나 보낸 심순애가
다이아몬드 모리배 김중배의 다독거림과 함께 저 자갈치 시장 언저리 천막 주막에서
30도 막소주를 들이키며 구워먹던 그 구이 요리..바로 그 꼼장어 구이였다.

탄불에 구워대는 꼼장어 에서 나오는 연기가 매워서였던지
수일과의 기약없는 이별이 서러워서 였던지,
당시의 심순애는 연신 포목 쪼가리 손수건에 코를 헹헹 풀어가며
앙앙~ 눈물을 뿌리고 있던 터였는데..

하지만, 그 기막힌 꼼장어 구이 한점을 작은 입에 넣고 한번 왁~ 깨무는 순간,
즉 米國나라 백성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at the moment of the very first bite..!!
갑자기 순애의 어여쁜 댕기 머리 위엔 축포가 터지듯 작은 별들이 총총이고 새소리가 삐약 삐약 울리면서,
수일과의 크나큰 이별의 슬픔 쯤은 한순간에 녹아 내리게 하던 바로 그 요리..

동시에 번들거리는 김중배의 콧등과 함께 조용하게 탁자 한켠에서 번쩍이던 다이아 반지가
다이아 그 자체로 확~  순애의 눈에 들어오게 했던 바로 문제의 그 요리.. 곰장어 요리였던 거이다.

(이때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깔리던.. Only You~~~ 음악은
테잎이 늘어지다 fast forward가 되어져 버리는 바람에.. 삐리리~ 릭.. 잠시 지속되다 끝나고..)

...

우리의 독립운동 협객들은 이렇게 오늘도 조선 주권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투쟁의 의기를 높히며
맛난 곰장어 요리로 또 다른 내일.. 아니 이미 오늘이 된 오늘을 힘차게 열어젖혀 가고 있었다.



끄... 읕


...




Epilogue


촬영이 무사히 끝나고..

종진은 그 내성적 몸짓을 한 껏 더 키우며..

.. 내 두한 연기 어땠나.. 나쁘지 않았지~~

은근히 만족한 표정이 역력한데..

.. 어, 좋았어~
.. 딱 어울려~
.. 종로 우미관 시대 연기는 우릴 따라갈 팀들이 없지~~

영준과 재영, 연희등 연기자 일행들은 화기 애애 언 몸을 녹여가며
소품으로 쓰였던 참 이슬 클래식을 들이키며 그 맛있는 꼼장어 연탄불 구이를 와구 와구 먹기시작하는데..

구석자리 말없이 앉아 있던 해외 동포 연기자 피터 역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음... 근데.. 내 연기도 괜찮았어.. ?


.. 응, 그래.. 대사 없이 뒤따르는 연기, 표정 연기지만 잘했어..
.. 맛있게 마시고 먹는 사람, 그저 옆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는 연기.. 나쁘지 않았어..
.. 그래 뭐 그 정도면 괜찮다고 봐야지..
.. 담에 그 시나리오에서 삭제된 컷 함 시도해 보자고 떼 써봐.. 그 삐라 뿌리는 씬 말이지.. ㅋ

하며, 다들 곰장어 한 조각씩 씹어가며 지나가는 식으로 한마디씩 하는데
내게는 굉장한 용기를 불러 넣어 주는 멘트들이었다.

.. 휴..

치아치료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피터는, 잠시 음식 분쇄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어
애기 고무줄 같은 쫀득 거리는 그 맛있는 꼼장어는 더우기 시도해 볼 수 없었고
그 맛있고 특별한 옛날 소주, 오리지널 소주 역시 3 방울 정도에서 만족하며
오늘의 치과치료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


Credit

출연

두한 : 종진
시라소니 : 영준
쌍칼 : 재영
관순 : 연희
초대받은 해외동포 : 피터 (대사없음)


로케이션 : 영준
효과 : 피터
변사 : 영건
각색 : 피터
촬영 : 영건
시나리오 : 피터

제작.투자 : 영준 트윈스
국내 배급 : 종진 따거스
해외 배급 : 피터 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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