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201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한남동 Seoul Mar 2 2012


독실한 캐톨릭 신자인 영준은
와인 개봉을 위해서도 간단한 기도를 올리고..

酒神의 유혹으로부터도 절 보호하소서..




거의 제사장 수준의 절도미와 우아미를 유지하며 와인 오픈닝 스크루를 반바퀴..
그리고 한바퀴.. 계속 돌리다가 청아한.. '뿅'.. 소리와 함께 의식의 종지부를 찍는데..


이러한 영준의 경건한 모습을 두고,
누가 바로 십여분전엔 필름이 잠시 끊어졌다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과연 우리의 동창들 중 그 누구가 감히
영준이 끊어진 필름의 주인공이라고 수근댈 수 있었겠는가.. !!

그 누구가 감히, 다음날 아침 청계산 숲속에 몰래 들어가

.. 어제 밤, 영준이가 잠깐동안 필름이 끊어 졌데요~~~ 메롱~~~

라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의 처절한 답답함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   :p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아니, 기억나는 사실만 알고 있는 종진은..
이영준이라는 남편을 하늘처럼 생각하며 살고 계시는
KBS 아나운서였던 미모의 제수씨가 안주를 준비하는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시작한다. 즉, 스스로 머리를 쥐어 뜯기 일보 직전이다..

.. 아.. 영준이 진정 필름이 잠시 끊어졌었단 말인가..
.. 디지털 키미테 (귀밑에 붙이는 우주 멀미약) 를 붙여 줬어야 하는건데..


종진은 방금 전 영준과의 대화에서 심한 자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면..
영준은 잠시전 필름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큰 눈을 더욱 부릅뜨며 전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


뗄래야 뗄 수 없는 이 두 친구의 막역한 우정.. 그리고 수다는
가끔 이러한 대부식, 마피아식 분위기를 자아내며 서로 누가 더 마초적인지를 겨루기도 한다.. ㅋ

.. 나 떨고 있니..


끊어진 필름.. 영준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고 싶지만 묘안이 서지 않았던 종진은
심장 부위 가슴을 오른 쪽 손으로 두드리며 답답함을 호소해 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영준은,
아니, 왜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가슴을 치고 저러나..
하며 애써 외면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야 하는 영준의 비극도 모른 채,
영준의 Riverside View 아파트 앞의 한강물은 휘황한 도시의 불빛아래 무심히 흘러가고..


D-2 Hours..

비운의 맥주집.. 우리 동창과 그 부인들의 4차 모임 장소인 영준네 집앞 그 맥주집에 당도하기 전,
영준과 우리 일당들은 이렇게 신나게 놀았고..


우주-ROTC-충무3호 형 트위스트 로봇 막춤에 열중인 종진은
디지털 반딧불이들이 가득한 이곳에 진입하자마자 디지털 키미테를 귀밑 정확한 곳에 부착하고는
필름 끊어짐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 해방됨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캐나다 교포 친구 피터-영건, 즉 나에 의해 부지런히 촬영된 이날의 도큐멘타리 필름의 판독결과
이성을 관장하는 영준의 좌측 뇌 상당부분이 어느 순간 하얗게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영준은, 강력한 빛의 투사를 받음으로 인해 혹은 엄청난 속도의 헤드 뱅잉에 의해
이곳 노래방 이후 오늘의 4차로 찾아간 맥주 집 상황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Short-Term Memory의 일정 부분이 Burn-Out 되게 되는 상황이 이 스냅샷에서 여실이 포착된 것이다. ㅎ


이 가공할 순간에 우리의 후배 연희는 열창 중이었고
물리과 사차원 익종은 다음 노래를 선택 중이었는데.. ㅋ


좌뇌가 잠시 증발되기 바로 직전..
영준은 우주의 Dark Force 에 의해 왼쪽 뺨, 오른팔 관절, 왼편 허리
그리고 그 소중 하다는 오른 엉덩이 위편 역시 '지져짐' 당하고 있었다.

이런 가공할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는 순간..
난 호흡이 멈춰질 정도의 공포에 쌓인 가운데에서도
셔터 누름이로서의 역할을 결코 소홀이 하지 않았다.


Cosmic Dark Force 들의 습격이 있기 바로 전,
영준은 스크린을 향해 주문을 외우며 무언가에 홀려 열광하는 뇌쇄적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우리 동창들과 부인들은 그의 그러한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 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바로 전 순간에는
다른 이들에겐 그저 simple dot, 즉 소박한 점으로 평범하고도 따분하게 비춰지던 cosmic ray 가
유독 영준에게는 오리발 모양, 혹은 닭발 모양의 기이한 형상을 하며
영준의 오른쪽 허리 부분과 왼쪽 심장 부분을 더듬어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든 정황으로 보아,
우주의 검은 힘은 오직 영준에게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 있었음이
여실히 증명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
디지털 반딧불이로 가장된 이러한 우주의 검은 힘들이 영준을 지져대고 있는 이 위급한 와중에
나의 착한 친구 계현과 익종은 착하지만 칙칙한 V 를 만들어 보였고 .. 낄..


후배 연희와 영준의 부인, 그리고 그 친구분은 상큼한 V 속에 하나가 되고 있었는데..

저 V의 주인공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당사자, 영준의 부인 되시겠다.ㅎ


그런데.. 난 보고 말았다.

영준의 이마에서 주르륵 흘러 내리던 디지털 땀방울을..


무슨 우주적 문자를 받았길래
영준은 저런 초록 땀을 흘리고 있었을까..


그리고 또 보고 말았던 것이다.
종진의 귀 밑에 떡하니 붙어있는 디지털 키미테를..

아무리 마셔도 전혀 끄덕없을 수 있는 우주 최강 효과의 디지털 멀미약을 부착하고 있는
종진의 모습을 난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 이 글은 완전한 실제 상황에 근거해 시간을 거슬로 올라가며 구성되었으며
   단지, 사실들만을 허구로 바꾸어 재구성된 것임을 떳떳하게 밝히는 바이다.    - 피터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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