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2012

황야의 결투.. the men, the geese and the trees.. , Westview Aurora Apr 26 2012




아지랑이까지 마구 피오 오를것 같은 
언뜻 보기에 따사로운 이 언덕 홀의 정경은 
우리 어머니 자연의 장난끼였다. 
오늘 플래이 내내 햇살은 단 몇 조각 뿌렸을 따름인데,
이 홀이 바로 그 중 한 곳이었다.

18홀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의 뜨거운 히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은근히 몸이 얼어버리는 아주 차갑고 습기가 많은 그런 날이었다.

간단히 말해, 황야의 곁투 였던 것이었다..







.. a few dollars more..
 이 말은 오늘의 광폭한 플레이 내내 내가 들을 수 밖에 없는 말이었다.

스트로크 당 1 달러 씩 재미로 내기를 한다는 이들 서부 사나이들의 룰에 따라
난 1 달라 짜리 동전 묶음을 통채로 가져왔는데..
매 홀마다, 장고, 판쵸.. 그리고 노바디 에게 1 달라 동전 세어 주느라 쥐나는 줄 알았다.. 된장.. ㅠㅠ



황제 골프라 할 수 도 있었고.. 거지 골프라 할 수도 있었다.

27홀 짜리 이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코스에 움직이는 생물체들이라곤
우리 팀과 간혹 나타나는 기러기들 밖엔 없었다.
누가 이런 춥고, 바람불고, 비내리는 컴컴한 날에, 궂이 나와 결투를 벌이겠는가..

.. 헤이~ 쫌 있다 햇살 다시 나면 결투 하자고..
.. 알았다, 이 현상금 붙은 악당아~~

금맥 캐던 그 시절, 클레멘타인이 노래 부르던 그 시절에도
비바람 몰아치는 날엔 뭐 이러지 않았겠는가.. ㅎ



짠~~~

장총과 권총으로 잔뜩 무장한 저 황야의 무법자들..
그 팽팽한 긴장감은 티 박스 주변 잔디들도 대놓고 떨게 만들었다. 휘잉~~~

왼쪽이 노바디, 가운데가 판쵸 그리고 제일 오른쪽이 장고..



토론토 무림 10년 차 검객인 장고는 심각한 골퍼로서의 다시 태어남을 위해 
정식 골퍼 프로그램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 장롱 면허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자격증 까지 획득한 학구파 선수..

캐나다 무림 30년 차 고수인 판쵸는 그 물리적 하드웨어의 우수성으로 인해,
젊은 시절 군에서 공수, 해병, UDU, 오끼나와에서의 특수 훈련등
 강호 최강의 무림 코스를 다 이수한 경력의 곰같이 단단한 선수..
악수를 하고 난 후, 내가 지금 곰과 악수를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휴..

그리고 노바디 역시 토론토 무림 10년 차인데.. 만년 더블 보기 플레이어로 살아갈 것인가..
라는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갈고 닦고 터지기를 몇년.. 이젠 거의 싱글 수준으로 올라선 입지전 적 선수.. 

마지막으로..
문제의 피터는 오늘도 어떻하면 코스를 제대로 공략해 타수를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호시탐탐, 동물 어디 안 지나 가나.. 송골매 나 백조 어디 안 날아가나.. 
걸어다니기만 하는 것 같은 저 기러기들을 어떡하면 훨훨 날게 만들까..
이런 생각만 가득한 채, 수업료 내지 뭐..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매홀 상납할 1달러 짜리 동전을 꾸러미로 준비해 오기까지 한 것인데,
작은 돈이지만 내기 골프에 익숙하지 않은 그로서는 좀 생소하고 귀찮기는 했다.


비가 아직 그치지 않은 가운데 시작된 라운딩은
이상하게도 퍼팅의 감각이 전혀 살아나지 않음으로 해서 타수가 점점 많아졌다.

드라이버가 잘 안맞는다거나 숏 게임에서 거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통상적일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두 퍼트 만에 홀아웃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비에 젖은 그린이지만 너무 빨랐고, 솥뚜껑 그린들이 많아 쉽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번 네번의 퍼트를 계속해 나간다는 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그린에서의 문제가 생기다 보니 나중엔 퍼팅 그립의 힘 조절이 아주 어색해 지기 시작했고..
도체체 give 거리 까지도 공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라운딩 내내 지속되었다.
희안한 경우였다.


my name is nobody.. 노바디 프로는 구력이 상당히 좋았다. 

스윙 폼이나 거리등은 인상적이지 않았으나, 그린에 올리고 붙이고 하는 숏 게임은 
타 선수들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늘 이 악천후 속에서도 90 타로 마감했다.



오늘의 멤버들의 무림의 고수들 답게 개성이 매우 뚜렷했다.

산쵸는 Power Cart 를 타고 돌고, 노바디는 리모트 컨트롤 Push Cart 를 끌며 돌고,
나와 장고는 Carry-On 백을 둘러메고 걸으면서 돌고..





중무장한 장고와 산쵸는 잘 맞는 드라이버 임에도 불구하고,
더 잘 때려내겠다는 일념으로 타점 분석에 골몰했다.

난 그저 마구잡이로 진흙이나 털어내고 휘두르는 경우지만,
이 진검 검객들은 매우 신중하고 분석적이고, 또 집중력이 좋았다.

난 하지만 이곳 풍광에 대한 집중력은 좋았다..ㅋ



산쵸의 스윙은 나무랄데가 없었다.

간결한 스윙이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백스윙이 과도한 것도 아닌 미니멀적 스윙이라고나 할까.
화려하지 않은 정확한 스윙은 파워로도 연결되어 원하는 만큼의 거리를 항상 확보했다.

간결한 스윙, 부드러운 스윙.. 이 얼마나 말은 쉽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인가..


산쵸의 멋진 휘니쉬에 뒤에서 뚜벅이며 걸어오는 장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클럽에서 장고를 처음 보며 인사를 나눌때는 락 밴드의 베이스 기타 연주자 쯤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SAP 캐나다 의 SW 엔지니어 여서 반가웠고 나 역시 IT 출신이라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기러기들 재롱 봐가며, 이제 막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거목들을 쳐다보기 시작하니..
결투고 뭐고 그저 내 식대로의 경관 즐기기 골프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데 문제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서 부터는
오히려 공이 잘맞고, 1 달러, 2 달러 동전들이 우수수 내게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홀 오너 까지 하기 시작하더라는.. ㅎ


검은 구름이 페어웨이를 잔뜩 뒤덮은 사나운 날씨 속에
동물들도 다 제집으로 들어가 쉬고 있는 모양이었다. 갑옷을 입을 듯한 기러기들 이외에는..

원래 이렇게 습도가 높고 가랑비가 뿌리는 날은 수풀의 향기도 좋고 오히려 운동하기 좋은 법인데,
오늘은 워낙 바람이 세고 추운날이라 낭만적 기분에 빠져들 순 없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다들 프로급들이라 더 더군다나..

산쵸와 노바디는 거의 파 행진에 보기를 들락거렸고,
장고는 가끔 더블을 드나 들기도 했지만, 다들 안정적이었다.
난 파에서 양파 까지 두루 두두 섭렵하고 있었고..






오늘 슬라이스가 몇 개 나온 장고는 허리를 너무 쓴다는 산쵸의 멘트에 신경이 좀 곤두서 있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공의 직진성은 살아났다.

난 보통 어드레스에서 살짝 왼쪽을 겨냥하며 서는 잘못된 습관이 있어
임팩트 순간에 이러한 방향성을 순간적으로 보정하기 위해 무리한 피니쉬를 하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 왼쪽을 향해 서는 바람에 산쵸의 멘트가 들어왔었다.

산쵸의 코멘트 이후 조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선 제대로 훼어웨이 중앙에 떨구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오늘의 게임은 거친 날씨 속에 스웨터를 두개 씩 껴입어 가며 진행되었는데,
다들 대단한 선수들이라 약간의 긴장도 있었고, 후반들어 몸이 풀리며 공이 제대로 맞아 주기도 했고..

다음 결투때는 그저 제대로 겨뤄볼 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야지 이야기도 재밌게 나올텐데,
다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던지라 결투 이야기가 싱겁기만 하다.


Ch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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