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8/2014

Dick Dale and his Misirlou & Pipeline and the Calrizians, Toronto 2008





무지 신나면서도 秘敎스러운 컬트적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이 매력적인 리듬의 음악은 많이 들어 왔지만
그 유래와 가사 내용은 말할것도 없고 제목조차 몰랐었다. 뭐 꼭 알 필요가 있는가?

그런데 언젠가 부터 이 노래 제목은 뭐지? 왜 이런 이상한 이름의 제목이지?
언제 누가 이 아련한 음악을 신나는 Surf Rock 리듬으로 바꿨나??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하나 씩 알아가다 보니 대충 알고 있었을 때 보다, 훨 더 재밌게 즐기게 되는 것 같다. ㅎ
  
어쨌든.. 토론토 Surf Rock 그룹 the Calrizians 의 연주를 들으며 노래 제목을 알게 되는데..


난 우연히 알게 된 이들의 컨서트를 즐기며 서프 락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서프 락의 흥겹고도 강한 리듬은 정말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Misirlou.. 미써루.. 미써루??
.. 도데체 어느 나라 말이지? 중동 같기도 하고, 그리스? 이집트??
  
레바논인이었던 뮤지션 아버지를 둔 딕 데일은 미써루를 Surf Rock 곡으로 편곡하여 연주를 하는데 그 사건은 그를 Surf Rock의 전설로 만드는 한판승의 굳히기 였다.

 Dick Dale 의 1963년 연주.. 좀 다른 편곡의 미써루.. 멋있다. ㅎ



딕 데일의 미써루(Misirlou)는 펄프 픽션에서 OST 으로 쓰이면서  Surf Rock 팬들을 넘어 나 같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사랑받게 된다.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1994년 펄프 픽션(Pulp Fiction)은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다.
숱한 화제를 낳으며 네오-느와르 (neo-noir) 다, 블랙 코미디다, 걍 좀 쿨한 갱 무비다, 아니다 타란티노 그만이 반죽해 빚어낼 수 있는 그만의 장르 다 등등 오스카에 7개 부분이나 노미네이트 되었고 각본 상을 받았다. 깐에선 황금 종려를 거머 쥐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무지 무지 좋아하는 죤 트라볼타(John Travolta)가 이 영화로 화려하게 재림한 것이다. femme fatal 우마 서먼의 철철 넘치는 매력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사무엘 잭슨과 크리스토퍼 월킨도 좋았고.. 블루스 윌리스도.. Umar Thurman은 타란티노와 함께 한 그녀의 대표적 힛트 작품들에서 잇달아 딕데일의 미써루 와 함께 하기도 했는데 그녀의 특이한 매력의 이미지와 이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Kill Bill 에서의 Dick Dale 연주.



타란티노는 특별히 Surf Rock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Rock & Roll을 좋아해서 비슷한 류의 음악을 골랐다 했다.
그는 거장 앤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도 그저 마카로니 Western 스타일의 Rock & Roll 로 생각된다 했다. 감독으로써 그는 비쥬얼과 스토리를 잘 꾸미면 되는 것이고 그의 음악 스텝들이 정교한 선곡을 한 것이었겠지만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이 두영화에서 쓰인 딕 데일의 미써루(Misirlou) 역시 공전의 히트를 친다. 즉,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Pulf Fiction 을 이야기 하게 되게끔 되는 것이다.

Misirlou는 그리스어로 이집트여인, 터키어로는 이집트인, 아랍어로는 '이집트'를 뜻한다 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곡은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그리스에서는 레베티코(rebetiko)라는 1920년대의 터키 피난민 이었던 그리인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로, 중동의 아랍국들에선 벨리 댄스 음악으로, 유대인들에게는 결혼식 음악으로, 미국에서는 딕 데일에 의해 서프 락(Surf Rock)으로 그리고 경음악 오키스트라들에 의해 이지 리스닝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곡은 1927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한 연주그룹에 의해 처음으로 불려졌는데 레베티코라는 그 음악 형식이, 터키에서 내려온 그리스 피난민들의 애환을 가득 담고 있는 곡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아리랑의 느낌이 들 정도로 애잔한 님을 그리는 곡이었던 것이다.


아르메니아 가수 Anita Darian가 아주 오래전 1950년대 쯤 부르던 노래..


일본친구들이 왜 그렇게 Surf Rock을 좋아하는 지 모르겠지만 대표적 Surf Rock 그룹인 the Ventures는 일본이 거의 제2의 고향일 만큼 자주 연주 투어를 가졌었고 일본에 올적마다 한국에도 가끔 들러 많은 팬을 확보하기도 했다. 점령군으로서의 미군 문화를 접했고, 이 후 60,70년대의 팍스 어메리카나 문화에 심취했던 일본의 젊은이들이 뉴올린스 Jazz 나 Surf Rock 같은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음악을 한켠에서는 아직도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Surf Coasters.. 일본의 Surf Rock 그룹으로 2004년 미국 투어 연주에서..


서프 락 음악 연주 그룹 중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던 벤쳐스 악단을 빠뜨릴 수 없다. 기타를 좋아하는 떠꺼머리 고등학생들에도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이 서프 연주 그룹은 한국에서도 수차례 공연을 성황리에 치뤘었다.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하와이 오공 수사대'의 타이틀 롤은  서핑으로 유명한 하와이 해변의 파도 그림과 함께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곡이기도 하다.



딕 데일과 스티브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이 연주한 Pipeline.. 내가 가장 좋아하는 Pipeline 연주다. 딕 데일의 개성이 여실히 들어나는 그의 연주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딕 데일을 보면 정말 광대의 끼가 철철 넘친다. 또 제대로 된 장인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카리스마 역시 가득하다. 무슨 일을 했던, 하던..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딕 데일의 서프 락 버전 '하바 나길라'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각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  더 위대한 것 같다.





Thanks for the music and passion.. 

11/27/2014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High Park Toronto Nov 8 2010, memo added on Nov 27 2014 Kamsack SK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영하 30도의 아침을 맞는다.
눈도 펑펑 내리기 시작하고 북극에서 불어 내리는 블리져드가 살을 에이게 된다.
호텔의 다섯개 굴뚝에서는 여덟개가 넘는 보일러에서 나오는 뽀얀 증기가 마구 피어 오르고,
아침 저녁으로 중무장을 하고는 눈 삽질을 해야 하는 본격적 겨울이 왔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얼추 끝냈고 레스토랑엔 이제 크리스마스 캐롤이 흐르게 했다.
겨울을 겨울답게, 성탄절을 성탄절 답게 맞이하고 싶은 이들에겐 이곳은 가히 최고의 겨울 왕국이다. ㅎ 

한편으로.. 짧지만 아주 이뻤던 가을.. 그리고 우리의 인생에서 아주 짧게 스쳤지만 그 긴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 이들이 잠시 그립기도 한 계절이 왔다..




많은 잎들이 아직 그 화려했던 여름을 기억하고 싶어했고..



더 많은 수의 잎들은 이미 그들의 전설을 뒤로 한 채 
포근한 어머니 대지의 품에 내려 앉아 있었다.











또 다른 모습의 가을이 온거다.

10대의 가을로 시작해, 20대의 가을, 30대의 가을, 40대의 가을.. 그리고 50대의 가을..
참 많은 가을과 함께 한다..

어느 해 가을도 아름답지 않은적이 없었지만
그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항상 가을처럼 풍성하고 맑을 수만은 없었다.

여름의 연장으로써의 화려한 가을도 있었고,
겨울의 전조로서의 메마른 가을도 있었고..
황금 들판에 노을 빛이 더해지면 생명의 벼 향기에 취해 목청껏 찬가를 부르기도 했고
가을비 속 회색빛 도시를 헤매며 괜한 분기와 서러움에 독주에 몸을 팔아 영혼을 날려 보내기도 했고..




이제..
아무도 이 아름다웠던 個個 잎사귀들을 기억해 내지는 못하겠지만
하늘의 별많큼 많았던 이들 잎사귀들 전체가 어우러져 
다양함과 풍성함의 조화로 가득했던 숲의 기억은
가을의 전설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간이 이루는 사회적 생태계 에서도 
한두해 지나고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수많은 잔나무들 처럼
두어 세대 어렵게 살다 그 맥이 끊어져, 기억해주거나 이어갈 그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고.
자손을 유지하지 않은 채, 한 인생 맹렬하게 살다 가버리는 일년생 풀같은 인생도 있겠다. 

숲을 형성하는 모든 구성체들의 생태적 기능과 균형을 생각해 볼때
한두 줄기로 자라나는 잡풀이라해도 수많은 잎을 가진 거대한 고목에 비해
결코 무시당할 수 없는 생태적 자리매김이 있을 것인데..

인간들의 숲에서는 법, 양심등의 논리적, 물리적, 도덕적 가치로 구속되지 않고서는
평화적 공존의 길을 제 스스로 찾아 가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인간이 제대로 德을 갖춘 진정 뛰어난 선택받은 종이라면 
생태계 이웃들에게서 배우며 이끌며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서로가 오래도록 번영을 누릴 방도를 찾을 것인데 
재주가 너무 많아 탈인가, 인간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어떡하랴.. 種 으로서의 運命이 그러하다면..

수만, 수억년 동안 지구 생태계의 선한 이웃으로 수많은 다양한 혜택을 이웃 종들에게 베풀어 오고 있는
나무를 비롯한 각종 다양한 식물군 조차도 인간의 출현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그 터전을 잃어 간다.

 인류의 미래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과학.. 갈때까지 가는 거다.고삐 풀린 망아지다.
끊임없는 탐구를 통한 새로운 발견에 목마른, 머리좋은 인간들의 통제될 수 없는 각축장이다.

종교.. 베품과 사랑, 共同善은 자신들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인간 群에 한한다.
그 테두리 안에서 또 교리란 이름으로 또 나누어져 끝없는 싸움이 전개된다. 
수많은 종교 권력의 부침이 거듭되는 가운데 인류의 희망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세력 유지 및 확장에 이미 충분히 바쁘다. 또 다른 형태의 이해되기 어려운 공동체일 뿐이다.
이데올로기.. 헌책방이나 박물관에서나 찾아보는 정도다.

어제 스위스의 유럽이론물리연구소 CERN에서 작은 규모의 빅뱅을 실현시켰다.
빅뱅의 원리를 파악한다고, 우주 기원의 메카니즘이 낱낱히 밝혀 진다고
인류의 밝은 미래가 담보될 수 있을까.. 

올해의 보도 사진으로 꼽힌 사진들 중 하나가 있었다.

사춘기 소녀가 머리에 총을 맞고 선혈을 흘리며 엎어져 사망한 모습이었다. 
쓰러져 엎드려 있는 그녀의 양 손 옆에는 세개의 소형 액자가 흩어져 있었다. 
장미 꽃이 그려진, 혹은 그저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미꽃 사진 액자와 그와 비슷한 그림의 액자들..
그녀는 아마도, 그 액자들을 자신의 초라한 방에 놓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티에 살았던 그 소녀는 지진이 일어나고 주변에 있던 수퍼 마켓이 약탈을 당할때 
엉겹결에 그저 가난한 주민들 이었을 약탈자들 틈에 끼어 그 가게에 들어섰을 게다.
그리곤 그 보잘것 없는 사진 액자 몇개를 가지고 뛰어 나오다
머리에 경비원의 총을 맞고 그자리에서 즉사한다.

난 이 사진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었다.

 .. 이럴 순 없어.. 이게 도데체 뭐야.. 이럴 순 없어.. 


대안 없은 마음 속 외침만 가득했다...







Legends of the fall.. the Ludlows

11/23/2014

겨울 호수.. 그리고 장 그르니에 의 '섬' , Lake Ontario Toronto Dec 13 2008

벌써 또 한주를 마감하며 와인 한잔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번에 이미 소개했지만 Chateau de la Gardine 2010 은 정말 맛있다.그리 달지도 떫지도 않지만 정말 향기롭고 진하고 거품도, 색상도 좋다, 사실 이 와인을 마시고 싶어 한주가 빨리 가기를 기다린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내 나름 정한 룰에 따라 한주를 열심히 잘 보냈을 경우,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이 와인 한병인 것이다 ㅎ

이제 내게는 얼마나 많은 '한주.. a week' 가 남아 있을까.. 젊었을때는 정말 그 '한 주' 들을 계산해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수없이 많이 남은 그 한 주들을 위해 호기 찬 브라보를 외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남은 날들을 예상해 보고 싶지도, 그리고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그 날들을 세어보고 샆지도 않지만.. 그 한주 한주, 하루, 하루.. 잘 자고 일어나 맞이하는 그 나날의 아침이 참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심지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바다 많큼 넓은 온타리오 호수의 겨울은 다분히 미학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한데,
겨울인 만큼 매우 實存的이기도 하다. ㅎ

삭풍이 몰아치는 아무도 없는 겨울 해변가..
이 신선하고 독특한 공간 속을 천천히 걷는 것 그 자체가 그렇다.

내가 살아서 걷고 있음이..
겨울의 칼바람을 거슬러 한 걸음씩 옮기며 폐부 깊숙히 숨을 들이 쉬는 그것이..  그런거다.


깨끗한 수평선이 옅은 노을로 물들어가는 초 저녁..
낮은 구름이 가득 몰려오는 이 저녁에 갈매기들은 많은 비를 예상하듯
불안한 날개 짓으로 밤을 맞을 준비를 한다.


.. It was fresh though it's so cold and stormy.
The Artic wind blew everything away from my mind and brain..



It was amazing to see that the ice wall had been being formed at the beach.
It looked like somewhere in Artic areas indeed.

Since the beach is for Lake Ontario, the fresh water could easily turn into ice in winter time.




오래 전 선물로 받은 책 '섬'이 생각난다.

1933년 출간된 장 그르니에의 섬(Les Îles)에 너무 감동받아
까뮈는 그의 첫 작품  '안과 겉(L'enverse et l'endroit)' 을 그의 스승이었던 그르니에 에게 헌정한다.
그르니에의 제자이자 인생 친구였던 까뮈는 '섬'을 매우 사랑했다.

80년대 초 나의 대학시절.. 실존적 허무주의는 당시 한국의 폭압적 정치적 시대상에 비춰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사조였는데
너무나 진지해 오히려 담백하게 다가왔던 알베르 까뮈의 작품들은
그의 숨소리 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이 했었다.

섬.. 을 읽는 동안은 그저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았다.
따사라롭고 나른한.. 그리 진하지 않은 묽은 커피 향을 맡으며
다리와 허리를 쭉 펴고 선탠을 즐기는 심정..
뭐 그런 느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어린 학창 시절 같았다면 한단어 한단어 한 문장 한 문장,
우적 우적.. 쓰디 쓰게 씹어먹으며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내용들을
이젠 가볍고 경쾌까지 할 정도로 잘도 넘어 갔던 것 같다.
이젠 나이가.. 연륜이.. 그 많큼 쌓여버린게다.

사제 지간으로 만나 서로를 흠모한 장 그르니에와 까뮈는
이 후 각자의 이데올로기적 노선 차이를 분명히 가지며 서로의 세계를 지향했는데..

그르니에는 자뭇 道家적이면서 관조적, 묵상적 입장에서의 철학적 삶을 추구했다.

....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특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탄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묻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엉뚱한 인식이야말로 모든 인식 중에서도 참된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잊었던 친구를 만나서 깜짝 놀라듯이 어떤 낯설은 도시를 앞에 두고 깜짝 놀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다...

'섬' 중에서..

11/20/2014

세월과 어우러지는 편안 함.. 丹靑 Colors on Wood, 창경궁 Seoul Korea 2006


세월의 무게에 갈라지고 터가는 처마 나무들과
그 위에 적당히 바래가는 단청의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은
아무리 바라보고 있어도 부담스럽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막 새로 칠해진 단청은 보졸레 누보 같은 신선하고 화려한 맛은 있지만
오크 통 속에서 오랜 숙성을 거쳐 향과 색이 부드러워 지고,
햇살이 닿지 않는 와인 Vault 에서 10년 20년.. 더 오랜 기간 저장된 버건디 와인 같은
관록의 풍미, 편안함의 맛은 없는 거다.


세월 흐름과 그 속의 부단한 역사가 중력과 함께 빚어내는 이 아름다운 아치의 형상은
어느 수학적 함수가 그려낼 수 있는 곡선 혹은 곡면보다 미적으로 우세하다.

장대하긴 하지만 가분수 처럼 무겁게 얹혀진 자금성의 황금색 궁전의 지붕은 직선이었고
현란하게 켜켜이 쌓여 올라간 오사카 성의 지붕과 처마들 역시
직선을 위주로 최소한의 곡선이 유지되는 형태였다.


영조의 도서관이었던 이 궁전의 처마 끝 빗물 떨어지는 소리는
아마도 아주 특별할 것임에 분명하다.

낙숫물 소리 장단 삼아 떠나보는 조선시대 타임 머신 여행이 될테니..